지구 온도 1.5도가 바꿔놓은 것들 : 헌재 8·29 결정의 배경
2024년을 뜨겁게 달군 여름은 추석까지 이어졌습니다. 추석 연휴(9월 14~18일) 기간, 전국 기온은 평균 28도로 평년보다 약 6도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명절 분위기도 예년과는 좀 달랐을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아기기후소송단, 녹색당이 함께 제기했던 기후소송에서 '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이날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을 꼬집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2030년 이후 탄소 감축량을 정하지 않은 건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참고: 헌법 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나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합니다.]
■ 배경➊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 = 먼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온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의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
이 조항을 보면 우리나라 정부가 줄이기로 한 '탄소(온실가스) 목표치'는 2030년까지뿐입니다. 2031년 후 탄소를 얼마나 감축할지는 법 조항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헌재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 배경➋ 탄소중립 = 탄소중립이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걸 의미합니다.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똑같아야' 가능한 목표죠. 2015년 유엔 회원국들은 그 유명한 '파리 협정'을 통해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법은 2030년까지만 '탄소감축 목표치'를 정해놨으니,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론'을 내린 겁니다.
■ 배경➌ 파리 협정 = 파리 협정은 온실가스(탄소) 감축을 위해 국가끼리 약속한 결과물입니다. 파리 협정을 통해 세계 각국은 온도 상승의 기준점을 무엇으로 잡았을까요? 답은 '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입니다. 우리가 흔히 '
산업화'라고 말하는 시기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겠지만, 파리 협정의 기준점은 달랐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8세기 무렵의 세계 평균 기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리 협정에선
1850~1900년 지구 표면 평균 온도 '13.5도'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2023년 지구 평균 온도가 14.98도였으니, 파리 협정의 기준으로 따져보면 1.45도 오른 셈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온도가 0.05도에 불과하군요. 다만, 이 지점에선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파리 협정에선 왜 '온도 상승 기준'을 1.5도로 잡은 걸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 배경➍ 섭씨 1.5도 = 사실 과학자들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ㆍ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에서 "14도에서 2도 이상 오르는 걸" 우려했습니다. 마지노선을 '2도'로 잡은 셈인데요.
그러자 적도와 가깝거나 '투발루'처럼 해수면이 높지 않은 국가들이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온도상승 마지노선'을 2도로 잡으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래서 IPCC가 발간한 게 바로 '1.5도 특별보고서'입니다.
■배경➎ IPCC = IPCC는 앞서 설명했듯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로 국제기구입니다. 이런 IPCC에서 보고서를 발간하려면
유엔 회원국 195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IPCC 보고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하는 현재의 기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IPCC는 7차 보고서를 5년 후인 2029년에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 보고서엔 우리나라를 포함한 195개국이 2030년까지 목표로 삼았던 '탄소감축량'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확인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탄소중립법 제8조 1항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다른 법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의 효력은 2026년 2월 28일까진 유지됩니다만, 취해야 할 조치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탄소감축량 목표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업적 측면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또 전략 발전 구조는 어떻게 바꿔야 할지 등을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겁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3706